참으로 오랫만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로 찾아가는 친정나들이가 아닌 그냥 애들데리고 기차를 탔다.
아이들이 말하는 '놀토' (노는 토요일)
일한다는 핑계로 쉬는 토요일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한 마음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아이들 못지않게 기분이 좋았다. 싱그러운 오월의 햇살도 마음껏 느끼면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장난삼아 승준이에게 '그럼 넌 집에 가" 했는데 이녀석이 기차가 도착하고 손님이 모두 내리고 탔는데도 나타나지 않아서 몹시 당황하였다. 승무원은 빨리 타시라고 재촉을 하는데 이녀석은 어디로 숨었는지 도데체 찾을 수가 없어서 계단을 급히 뛰어내려갔다. 계단 밑 코너에 숨어있는 녀석에게 "빨리 뛰어!"라고 소리치고 계단을 뛰어오르는데 10초도 채 걸리지 않은것 같았다. 숨을 헉헉대며 겨우 기차에 오르니 화가 나기도 하였지만 어이없어 웃음이 먼저 나왔다. 무슨 생각으로 끝까지 숨어있었는지 물어봐도 묵묵부답. 버스터미널 처럼 한참동안 기차가 서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정작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난데 이녀석이 얼굴을 붉히고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아침부터 기차타면 사먹어야 한다고 벼루던 소시지도 사먹지 않고 말이다. 전주에서 남원까지 입석으로 서서 갔다. 기차를 타면 당연히 자리에 앉아서 갈 거라는 생각의 아이들에게 입석 얘기를 꺼냈더니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남원까지 한시간여를 서있던 아이들은 남원에서 우리 좌석이 생기자 얼굴에 생기까지 돈다.
기차 밖 풍경은 언제 보아도 낯설지가 않다. 봄비가 잦은 탓에 섬진강 물도 제법 흐르고 계절의 여왕답게 오월은 신록을 눈부시게 장식하여 기차 안에서도 상쾌함이 느껴질 정도다.
순천에 도착해서 동생 집에서 점심을 먹고 조카들에게 줄 선물도 한아름 사고 아버지 산소에 가지고 갈 국화도 사고 ...
저녁에서야 도착한 고향마을. 마침 바닷물이 선착장까지 밀려들어 바다냄새가 코끝에 확 끼친다.
고생의 흔적들이 몸끝에 여기 저기 매달려 상처뿐인 '엄마'의 손을 붙들고 잠속에 취하였다. 엄마는 오늘 일을 빨리 마쳐야 오후에 같이 시간을 보낼수 있다며 새벽부터 일을 나가셨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를 만나고 산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은 한폭의 풍경화다. 언제 보아도 정겹고 아름다운 내고향 마을. 내려오는 길에는 아이들에게 '삐비'를 알려줬다. 어릴때 쑥바구니를 옆에 끼고 쑥을 캐다가 지천으로 널린 삐비를 뽑아 씹기가 일쑤였다. '이게 무슨 맛이야?'하며 얼굴을 찌푸리는 아이들표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동생과 나는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가 연신 삐비를 뽑고 씹으면서 나중에 껌이 만들어질거라며 애들 입에 넣어주기 바빴다. 여린 잎들 아래로 대롱 대롱 매달린 아카시아꽃은 향기로는 모든 꽃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다. 바람이 불어 아카시아 향기가 퍼지면 누구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꽃향기에 스르르 눈을 감아보게 되니 말이다.
엄마가 딸들이랑 꼭 같이 가보고 싶다던 '찜질방'에도 갔다. 40도가 넘는 찜질방에서 나란히 누워 도란 도란 얘기도 나누고 시원한 냉수정과로 목도 축이며 요즘 찜질방 문화를 즐겼다. 20분후에 현관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각각 남탕 여탕으로 헤어졌는데 셋이 들어간 사내 녀석들이 3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서 방송을 두번이나 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나타났다. 물놀이 좋아하는 사내 녀석들이 방송을 신경써서 들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가족들이 모처럼 행복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은 엄마의 정성이 담긴 무거운 짐이 생겼지만 그래도 행복한 여행길이었다. 헤어짐은 늘 아쉽기만 하지만....
명절이나 집안 행사로 찾아가는 친정나들이가 아닌 그냥 애들데리고 기차를 탔다.
아이들이 말하는 '놀토' (노는 토요일)
일한다는 핑계로 쉬는 토요일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한 마음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아이들 못지않게 기분이 좋았다. 싱그러운 오월의 햇살도 마음껏 느끼면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장난삼아 승준이에게 '그럼 넌 집에 가" 했는데 이녀석이 기차가 도착하고 손님이 모두 내리고 탔는데도 나타나지 않아서 몹시 당황하였다. 승무원은 빨리 타시라고 재촉을 하는데 이녀석은 어디로 숨었는지 도데체 찾을 수가 없어서 계단을 급히 뛰어내려갔다. 계단 밑 코너에 숨어있는 녀석에게 "빨리 뛰어!"라고 소리치고 계단을 뛰어오르는데 10초도 채 걸리지 않은것 같았다. 숨을 헉헉대며 겨우 기차에 오르니 화가 나기도 하였지만 어이없어 웃음이 먼저 나왔다. 무슨 생각으로 끝까지 숨어있었는지 물어봐도 묵묵부답. 버스터미널 처럼 한참동안 기차가 서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정작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난데 이녀석이 얼굴을 붉히고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아침부터 기차타면 사먹어야 한다고 벼루던 소시지도 사먹지 않고 말이다. 전주에서 남원까지 입석으로 서서 갔다. 기차를 타면 당연히 자리에 앉아서 갈 거라는 생각의 아이들에게 입석 얘기를 꺼냈더니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남원까지 한시간여를 서있던 아이들은 남원에서 우리 좌석이 생기자 얼굴에 생기까지 돈다.
기차 밖 풍경은 언제 보아도 낯설지가 않다. 봄비가 잦은 탓에 섬진강 물도 제법 흐르고 계절의 여왕답게 오월은 신록을 눈부시게 장식하여 기차 안에서도 상쾌함이 느껴질 정도다.
순천에 도착해서 동생 집에서 점심을 먹고 조카들에게 줄 선물도 한아름 사고 아버지 산소에 가지고 갈 국화도 사고 ...
저녁에서야 도착한 고향마을. 마침 바닷물이 선착장까지 밀려들어 바다냄새가 코끝에 확 끼친다.
고생의 흔적들이 몸끝에 여기 저기 매달려 상처뿐인 '엄마'의 손을 붙들고 잠속에 취하였다. 엄마는 오늘 일을 빨리 마쳐야 오후에 같이 시간을 보낼수 있다며 새벽부터 일을 나가셨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를 만나고 산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은 한폭의 풍경화다. 언제 보아도 정겹고 아름다운 내고향 마을. 내려오는 길에는 아이들에게 '삐비'를 알려줬다. 어릴때 쑥바구니를 옆에 끼고 쑥을 캐다가 지천으로 널린 삐비를 뽑아 씹기가 일쑤였다. '이게 무슨 맛이야?'하며 얼굴을 찌푸리는 아이들표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동생과 나는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가 연신 삐비를 뽑고 씹으면서 나중에 껌이 만들어질거라며 애들 입에 넣어주기 바빴다. 여린 잎들 아래로 대롱 대롱 매달린 아카시아꽃은 향기로는 모든 꽃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다. 바람이 불어 아카시아 향기가 퍼지면 누구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꽃향기에 스르르 눈을 감아보게 되니 말이다.
엄마가 딸들이랑 꼭 같이 가보고 싶다던 '찜질방'에도 갔다. 40도가 넘는 찜질방에서 나란히 누워 도란 도란 얘기도 나누고 시원한 냉수정과로 목도 축이며 요즘 찜질방 문화를 즐겼다. 20분후에 현관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각각 남탕 여탕으로 헤어졌는데 셋이 들어간 사내 녀석들이 3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서 방송을 두번이나 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나타났다. 물놀이 좋아하는 사내 녀석들이 방송을 신경써서 들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가족들이 모처럼 행복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은 엄마의 정성이 담긴 무거운 짐이 생겼지만 그래도 행복한 여행길이었다. 헤어짐은 늘 아쉽기만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