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족여행
에크하르트
2008. 7. 12. 13:05
가족여행
더 이상 미루면 당분간은 가족여행을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계획을 잡았다. 처음엔 동생네 가족과 같이 갈 계획이었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우리 가족만의 여행으로 결정이 되었다. 우리가족끼리만 가는 여행은 처음인지라 애들처럼 약간은 긴장도 되고 기대로 설레기도 하였다.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구매하고 숙박과 렌트도 결정하고 나니 여행 일정이 남았다. 제주도 홈페이지에 의뢰한 제주관광지도가 도착해서 여행일정을 짜고 나니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출발전날 오전에 약국에 가서 비상약품을 사고 멀미약도 챙겨 넣었다. 방학을 하자마자 합숙훈련 하느라 추운 곳에서 고생하는 승준이도 이번 여행으로 며칠 쉬게 되었다. 최소한으로 짐을 챙겼지만 네 식구 3일이나 잠을 자야하니 큰 가방하나와 배낭하나가 가득 찼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지선이를 위해 지선이 좌석을 창가로 배치하였다. 광주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비행기가 출발하고 내릴 때는 약간 긴장을 하기도 하였다. 제주에 도착하니 밤 여덟시 오십분. 주차장에서 렌터카를 인수받고 부근에서 가스충전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렌터카 직원이 알려준 대로 제주도 대부분의 관광지나 숙소가 네 자릿수 번호로 이름 붙여져 네비게이션에서 번호만 입력하면 친절하게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우리가 묵을 숙소의 번호는 나와 있지 않아서 부근 해안도로를 목적지로 입력하였다. 분명 부근에 도착한 것 같은데 숙소를 아무리 찾아도 알 수 없어서 숙박안내로 전화를 했더니 우리숙소 고유번호를 알려주었다. 금방 찾았을 수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었고 전망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침대가 양쪽으로 두개 놓여있었고 가운데 이불이 깔려 있었다. 남편과 아들이 각각 침대를 차지하고 누웠고 나는 딸과 바닥에 놓인 이불에 누웠다. 그런데 방이 생각보다 따뜻해서 잠을 몇 번이나 깼다.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에서 식사를 하고 용두암을 시작으로 하루일정이 시작되었다. 김녕 미로공원에서는 승준이와 내가 짝이 되고 남편과 지선이가 짝이 되어 어느 편이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지 내기를 했는데 나와 승준이는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과 지선이는 벌써 목적지에 도착해 종을 치고 있지 않는가? 할 수 없이 매표소에서 나누어준 지도를 보고 찾기로 하고 지도를 펼쳐 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알 수 가 없었다. 미로 속에서는 목적지를 찾지 못한 많은 동지들이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며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고 결국 남편이 우리를 찾으러 와서 우린 겨우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전날 집에서 나와 광주까지 버스로 광주에서 제주까지 비행기로 오는 내내 별 말이 없던 승준이가 미로공원에서부터 조금씩 얼굴이 펴지는 것 같았다. “엄마, 우리 지도보고 찾아가자!” “그래” 돌고 돌아도 아까 왔던 그 길 같은데 아까 만났던 그 사람들인데 우린 서로를 보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개인이 만들어놓은 공원이라는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곳이었다. 제주 민속사 박물관에서 제주도의 옛 자취를 더듬어보고 우린 성산일출봉을 향했다. 처음엔 한라산을 꼭 가자던 남편은 여행일정을 체크하면서 한라산을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포기했지만 성산일출봉은 한라산의 축소판이므로 꼭 가봐야 한다면 일출봉에 올랐다. 정상에 도착해보니 완만한 분지가 아득한 품처럼 느껴졌고 저 너머로 바닷바람 속에서 해녀들의 물질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내려오면서 보니까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갈치조림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차공간은 좁은데 버스는 어찌나 많은지 주차하기도 힘들었지만 주차비가 천원이라는 말에 왔으니 보고 가자며 겨우 주차를 하고 언덕을 올라갔다. 드라마 ‘올인’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올라가보니 정말 별로 볼 것도 없는데 사람은 정말 많았다. 한류열풍으로 일본과 중국 관광객도 많은 것 같았다. 새삼 영화나 드라마가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내려왔다. 제주 여행에서 꼭 보고 싶었던 정방폭포를 마지막 코스로 들렀다. 수량도 상당히 많았고 떨어져서 바닷물과 합쳐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저녁엔 회를 먹자는 식구들의 의견에 따라 지도에 나오는 맛 집을 찾아 갔는데 회 값이 생각보다 비쌌다. 먹어보지 못한 회가 조금 나오기도 했지만 비싼 회 값에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둘째 날도 뜨끈뜨끈한 방에서 자고 비를 맞으면서 녹차박물관에 들렀다. 제주도에 그렇게 넓은 녹차 밭이 있는 줄 몰랐다. 넓게 펼쳐진 녹차 밭은 가지런히 머리를 단장한 아가씨처럼 곱디고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런데 마침 중국 단체관광객과 같이 구경을 하게 되었다. 단체 관광객이라 사람도 많고 시끄럽기도 하여서 녹차국수만 사가지고 나왔다. 소인국테마파크에 도착하니 비가 더 많이 와서 우산과 비옷을 샀다. 승준이는 우산을 쓰고 나와 지선이는 비옷을 입고 구경을 했다. 비옷입고 빗속에서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우리의 추억을 만들었다. 조각공원은 비가 와서인지 더욱 한산하였고 입장료에 비해서는 볼거리가 빈약해서 입장료가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초콜릿 박물관에 도착했다. 위치가 공장지대인지 부근에 여러 공장들이 위치해있었다. 들어가려는데 나오는 일행이 있었다. 그래서 그분들께 볼만한 게 있는지 물었더니 고개를 저으며 절대 모두 들어가지 말고 꼭 들어가려면 한 사람만 들어가라며 신신 당부를 한다. 입장료내고 들어가는 사람에 한해 40%할인해 준다는 초콜릿을 들고 한사코 들어가는 걸 반대하시며 가셨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쳐다보며 어이없는 웃음으로 입장통일을 하였다. 들어가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기로 말이다. 아이들이 테디베어 박물관을 구경하는 사이 다음 여행지를 고르다 ‘생각하는 정원’으로 가기로 했다. ‘생각하는 정원’에 도착했는데 입장료가 한사람 당 이만원돈이었다. 아이들도 제정적인 상태가 걱정 되었는지 가지 말자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래도 한번 가보자며 발길을 멈추었지만 나를 포함한 아이들이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입구에서 차를 돌렸다. 마침 부근에 곽지 해수욕장이 위치하고 있어서 그곳에 들렀다. 겨울바람이 매서운 겨울 바다는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쪽빛 바다를 보고 모두 감탄했다. 지선이도 이렇게 예쁜 바닷물은 처음 본다며 탄성을 질렀다. 모래도 밟아보고 소리도 질러보고 찬 겨울바람도 맞아보고...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녹차 박물관에 다시 들러서 애들 녹차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관장님 드릴 녹차국수를 하나 더 샀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보니 녹차 밭이 한 눈에 들어왔고 멀리 희미한 구름 속에 한라산도 보였다. 오후 세시가 넘어 고깃집에 들었다. 흑돼지 구이라고 하는데 돼지 껍질에 검정색 돼지털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아이들도 맛있게 먹었다. 비가 하루 종일 내려서 어둡기 전에 숙소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들어가기 전에 체육관 형들한테 줄 감귤초콜릿을 사야한다고 해서 선물을 사고 일찍 숙소에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일찍 배를 타야하니 짐을 모두 챙겨놓고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했다. 넉넉히 나온다고 했는데도 출근시간이라 제주 시내에서 상당히 차가 밀렸다. 제주항에 도착했는데 표를 받는 여객선 터미널을 못 찾아서 잠시 당황했다. 배를 탈 시간이 20분 남았는데 터미널은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렌트카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3부두였는데 화물터미널에서 헤매고 있었으니...
렌트카를 반납하고 예매한 표를 받고 배에 올랐다. 우리는 2등 객실을 예매했는데 우리 가족이 들어간 방은 25인실이었지만 우리 가족만 들어와서 편하고 좋았다. 제주에선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배가 많이 출렁거렸다. 멀미약을 먹긴 먹었지만 앉아 있어도 속이 울렁거려 오는 내내 잠을 잤다. 세 시간 넘게 잔 나를 보고 식구들은 잘도 잔다고 놀렸지만 그 덕분에 멀미 않고 목포에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다.
결혼하고 16년을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지 못하고 살았다. 무슨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이고 아이들이 자꾸 커가는 걸 보면서 아이들도 곧 자기들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주지 못한 게 늘 아쉽고 미안하다. 이제 지선이도 고등학생! 그야말로 공부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참 안타깝고 안쓰럽다. 그래도 3년 동안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승준이도 3월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대표가 되어서 마카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에도 출전했으면 좋겠다.
2008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에게도 희망의 일년이 될 거라 믿는다.
더 이상 미루면 당분간은 가족여행을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계획을 잡았다. 처음엔 동생네 가족과 같이 갈 계획이었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우리 가족만의 여행으로 결정이 되었다. 우리가족끼리만 가는 여행은 처음인지라 애들처럼 약간은 긴장도 되고 기대로 설레기도 하였다.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구매하고 숙박과 렌트도 결정하고 나니 여행 일정이 남았다. 제주도 홈페이지에 의뢰한 제주관광지도가 도착해서 여행일정을 짜고 나니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출발전날 오전에 약국에 가서 비상약품을 사고 멀미약도 챙겨 넣었다. 방학을 하자마자 합숙훈련 하느라 추운 곳에서 고생하는 승준이도 이번 여행으로 며칠 쉬게 되었다. 최소한으로 짐을 챙겼지만 네 식구 3일이나 잠을 자야하니 큰 가방하나와 배낭하나가 가득 찼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지선이를 위해 지선이 좌석을 창가로 배치하였다. 광주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비행기가 출발하고 내릴 때는 약간 긴장을 하기도 하였다. 제주에 도착하니 밤 여덟시 오십분. 주차장에서 렌터카를 인수받고 부근에서 가스충전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렌터카 직원이 알려준 대로 제주도 대부분의 관광지나 숙소가 네 자릿수 번호로 이름 붙여져 네비게이션에서 번호만 입력하면 친절하게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우리가 묵을 숙소의 번호는 나와 있지 않아서 부근 해안도로를 목적지로 입력하였다. 분명 부근에 도착한 것 같은데 숙소를 아무리 찾아도 알 수 없어서 숙박안내로 전화를 했더니 우리숙소 고유번호를 알려주었다. 금방 찾았을 수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었고 전망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침대가 양쪽으로 두개 놓여있었고 가운데 이불이 깔려 있었다. 남편과 아들이 각각 침대를 차지하고 누웠고 나는 딸과 바닥에 놓인 이불에 누웠다. 그런데 방이 생각보다 따뜻해서 잠을 몇 번이나 깼다.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에서 식사를 하고 용두암을 시작으로 하루일정이 시작되었다. 김녕 미로공원에서는 승준이와 내가 짝이 되고 남편과 지선이가 짝이 되어 어느 편이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지 내기를 했는데 나와 승준이는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과 지선이는 벌써 목적지에 도착해 종을 치고 있지 않는가? 할 수 없이 매표소에서 나누어준 지도를 보고 찾기로 하고 지도를 펼쳐 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알 수 가 없었다. 미로 속에서는 목적지를 찾지 못한 많은 동지들이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며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고 결국 남편이 우리를 찾으러 와서 우린 겨우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전날 집에서 나와 광주까지 버스로 광주에서 제주까지 비행기로 오는 내내 별 말이 없던 승준이가 미로공원에서부터 조금씩 얼굴이 펴지는 것 같았다. “엄마, 우리 지도보고 찾아가자!” “그래” 돌고 돌아도 아까 왔던 그 길 같은데 아까 만났던 그 사람들인데 우린 서로를 보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개인이 만들어놓은 공원이라는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곳이었다. 제주 민속사 박물관에서 제주도의 옛 자취를 더듬어보고 우린 성산일출봉을 향했다. 처음엔 한라산을 꼭 가자던 남편은 여행일정을 체크하면서 한라산을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포기했지만 성산일출봉은 한라산의 축소판이므로 꼭 가봐야 한다면 일출봉에 올랐다. 정상에 도착해보니 완만한 분지가 아득한 품처럼 느껴졌고 저 너머로 바닷바람 속에서 해녀들의 물질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내려오면서 보니까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갈치조림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차공간은 좁은데 버스는 어찌나 많은지 주차하기도 힘들었지만 주차비가 천원이라는 말에 왔으니 보고 가자며 겨우 주차를 하고 언덕을 올라갔다. 드라마 ‘올인’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올라가보니 정말 별로 볼 것도 없는데 사람은 정말 많았다. 한류열풍으로 일본과 중국 관광객도 많은 것 같았다. 새삼 영화나 드라마가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내려왔다. 제주 여행에서 꼭 보고 싶었던 정방폭포를 마지막 코스로 들렀다. 수량도 상당히 많았고 떨어져서 바닷물과 합쳐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저녁엔 회를 먹자는 식구들의 의견에 따라 지도에 나오는 맛 집을 찾아 갔는데 회 값이 생각보다 비쌌다. 먹어보지 못한 회가 조금 나오기도 했지만 비싼 회 값에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둘째 날도 뜨끈뜨끈한 방에서 자고 비를 맞으면서 녹차박물관에 들렀다. 제주도에 그렇게 넓은 녹차 밭이 있는 줄 몰랐다. 넓게 펼쳐진 녹차 밭은 가지런히 머리를 단장한 아가씨처럼 곱디고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런데 마침 중국 단체관광객과 같이 구경을 하게 되었다. 단체 관광객이라 사람도 많고 시끄럽기도 하여서 녹차국수만 사가지고 나왔다. 소인국테마파크에 도착하니 비가 더 많이 와서 우산과 비옷을 샀다. 승준이는 우산을 쓰고 나와 지선이는 비옷을 입고 구경을 했다. 비옷입고 빗속에서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우리의 추억을 만들었다. 조각공원은 비가 와서인지 더욱 한산하였고 입장료에 비해서는 볼거리가 빈약해서 입장료가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초콜릿 박물관에 도착했다. 위치가 공장지대인지 부근에 여러 공장들이 위치해있었다. 들어가려는데 나오는 일행이 있었다. 그래서 그분들께 볼만한 게 있는지 물었더니 고개를 저으며 절대 모두 들어가지 말고 꼭 들어가려면 한 사람만 들어가라며 신신 당부를 한다. 입장료내고 들어가는 사람에 한해 40%할인해 준다는 초콜릿을 들고 한사코 들어가는 걸 반대하시며 가셨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쳐다보며 어이없는 웃음으로 입장통일을 하였다. 들어가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기로 말이다. 아이들이 테디베어 박물관을 구경하는 사이 다음 여행지를 고르다 ‘생각하는 정원’으로 가기로 했다. ‘생각하는 정원’에 도착했는데 입장료가 한사람 당 이만원돈이었다. 아이들도 제정적인 상태가 걱정 되었는지 가지 말자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래도 한번 가보자며 발길을 멈추었지만 나를 포함한 아이들이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입구에서 차를 돌렸다. 마침 부근에 곽지 해수욕장이 위치하고 있어서 그곳에 들렀다. 겨울바람이 매서운 겨울 바다는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쪽빛 바다를 보고 모두 감탄했다. 지선이도 이렇게 예쁜 바닷물은 처음 본다며 탄성을 질렀다. 모래도 밟아보고 소리도 질러보고 찬 겨울바람도 맞아보고...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녹차 박물관에 다시 들러서 애들 녹차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관장님 드릴 녹차국수를 하나 더 샀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보니 녹차 밭이 한 눈에 들어왔고 멀리 희미한 구름 속에 한라산도 보였다. 오후 세시가 넘어 고깃집에 들었다. 흑돼지 구이라고 하는데 돼지 껍질에 검정색 돼지털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아이들도 맛있게 먹었다. 비가 하루 종일 내려서 어둡기 전에 숙소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들어가기 전에 체육관 형들한테 줄 감귤초콜릿을 사야한다고 해서 선물을 사고 일찍 숙소에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일찍 배를 타야하니 짐을 모두 챙겨놓고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했다. 넉넉히 나온다고 했는데도 출근시간이라 제주 시내에서 상당히 차가 밀렸다. 제주항에 도착했는데 표를 받는 여객선 터미널을 못 찾아서 잠시 당황했다. 배를 탈 시간이 20분 남았는데 터미널은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렌트카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3부두였는데 화물터미널에서 헤매고 있었으니...
렌트카를 반납하고 예매한 표를 받고 배에 올랐다. 우리는 2등 객실을 예매했는데 우리 가족이 들어간 방은 25인실이었지만 우리 가족만 들어와서 편하고 좋았다. 제주에선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배가 많이 출렁거렸다. 멀미약을 먹긴 먹었지만 앉아 있어도 속이 울렁거려 오는 내내 잠을 잤다. 세 시간 넘게 잔 나를 보고 식구들은 잘도 잔다고 놀렸지만 그 덕분에 멀미 않고 목포에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다.
결혼하고 16년을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지 못하고 살았다. 무슨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이고 아이들이 자꾸 커가는 걸 보면서 아이들도 곧 자기들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주지 못한 게 늘 아쉽고 미안하다. 이제 지선이도 고등학생! 그야말로 공부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참 안타깝고 안쓰럽다. 그래도 3년 동안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승준이도 3월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대표가 되어서 마카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에도 출전했으면 좋겠다.
2008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에게도 희망의 일년이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