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케이터다.
또래 친구들이 '학생' 이라고 불릴때
나는 '피겨 스케이터'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직 자기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조차 모르는 아이들에 비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고.
꿈이 있다는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나를 독하게 단련해왔는지를 떠 올려 보면
매 순간 행복 할 수 만은 없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것 같고, 마음은 조급해지고,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속만 상했다.
답답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대체 왜? 라는 질문에 대답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
그런데 그걸 나도 모른다는 데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 고비들을 불과 몇 년 전 까지도 겪어왔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이유 중 절반 이상이
실력 유지가 힘들어서 였다.
매일 매일 죽어라 연습해도
그 날 컨디션에 따라 잘됐다, 안됐다, 기복이 있었다.
어떤 날은 아무 이유도 없이 아예 감각을 잃어버려
처음 배우는 사람 처럼 바보가 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점프를 시도 하는 것조차 두려워 지곤 했다.
고국 팬들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컸다.
홈 어드밴티지?
그런건 전혀 없었다.
연습장도 경기장도 정신없는 환경과 부담 속에서
내가 스케이팅을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 이었다.
정신 없이 짐을 챙기고 버스에 탔다.
끊임 없이 날아오는 문자들
하지만 확인하고 나니 너무 섭섭했다.
그 많은 문자들 중에
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내가 일등이 아니라서?
실수를 해서?
아사다 마오 선수한테 져서?
언제부터 내가 일등을 해야만 축하를 받게 됐을까.
나는 이제 일등이 아니면 축하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된 건가.
나는 위로가 아닌 축하를 받고 싶었다.
내 성적이 나빠지면 국민들 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 마저도 나를 외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웠다.
사람들은 내가 잘했을 때만 내 편이고
내가 실수를 하고 경기를 잘 못하면 금방 돌아서겠구나
경기가 시작 되는 빙판 위에서, 나는 혼자다.
그 순간에는 모든 것들이 어둠 속으로 밀려가 버리고
덩그러니 나만 남는다.
얼음 발을 내 딛는 그 순간
이젠 두려워서 숨을 곳도 피할 방법도 없었다.
긴장 때문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음악이 시작 되었다.
음악이 흐르고 연기가 시작되면 이제는 나도 어찌 할 수가 없다.
4분 10초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 조차도 예상 할 수가 없다.
하늘이 정해 준 대로 내 몸은 움직일 것이고
넘어질수도, 잘 해낼수도 있었다.
그 후에 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것만이 내 몫으로 남는다.
처음 부터 겁 먹지 말자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닌게 세상엔 참으로 많다.
훈련을 하다 보면 늘 한계가 온다.
어느땐 근육이 터져버릴 것 같고
어느땐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르며
어느땐 주저 앉고 싶은 순간이 다가온다
이런 순간이 오면 가슴 속에 무언가 말을 걸어 온다.
이만 하면 됐어
충분해
다음에 하자
이런 유혹에 포기하고 싶을때가 있다.
하지만 이 때 포기 한다면, 안 한 것과 다를게 없다.
환경을 탓하며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 환경을 모르고 시작한 것이 아니니까.
아쉽고 불편하고 때로는 내 처지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무언가를 탓하며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불편하고 험난 한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기꺼이 가는것.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일 테니까.
99도 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 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끓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끓이는건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 내는 것이다.
이 순간을 넘어야 그 다음 문이 열린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 라고 한다.
기적을 바라기만 하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시즌에서 내가 거둔 성적은부상과 싸우면서도
포기 하고 싶지 않았던 내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나를 기특하게 여긴 신께서 보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앞으로 또 닥칠지 모르는 일들이지만 큰 두려움은 없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 왔고 우습지만
이젠 너무 익숙해서 무덤덤 한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가 아무리 나를 흔들어 댄다 해도, 난 머리카락 한 올 흔들리지 않을테다."
내가 부당한 점수 때문에 흔들려서 스케이팅을 망첬다면
그것이야 말로 나 스스로 지는 결과가 아니었을까.
나에게 닥친 시련을 내가 극복하지 못했다면
결국 내가 패하기를 바라는 어떤 힘에 무릎을 꿇는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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